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여우발개발

[글또] 삶의 지도 본문

카테고리 없음

[글또] 삶의 지도

♬여우 2024. 9. 22. 22:41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건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현재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이고, 그 역량을 어떻게 얻었는지?

 어릴 적 장래희망에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예술 쪽 직업을 적어내던 초등학생은 키가 커가면서 엄청난 재능과 재력 없이는 꿈꾸던 직업으로는 살기 힘들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엄청난 발전을 겪으며 폭풍과도 같은 중이병을 이겨낸 중학생은 눈 뜨고 잠에 들 때까지 무언가를 소비하던 삶을 살며 "이제 더 이상 consumer 말고 producer가 되고 싶다.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수시전형으로 컴퓨터공학도가 되었습니다. 흥미있고 재밌다고 생각했던 과목들은 모든 리소스를 투자해서 어떻게든 과제를 하고 반에서 제일 빨리 모든 문제를 풀고 나오는 학생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던 과목들에서는 처참한 점수를 받아가며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해나가던 중 학교에서 삼성 인턴을 모집했고, 운이 좋게 2학년 여름방학 때 삼성전자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배정된 파트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파트였기 때문에 java로 코딩을 해야 했습니다. 우습게도 저는 당시 안드로이드는 물론 java로 hello world를 찍을 수도 없는 수준이었고(컴퓨터공학전공에서는 java 과목이 없었습니다), 다른 3, 4학년 선배들은 이미 학교에서 프로젝트들을 해본 경험이 있어 멋지게 이렇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OJT는 친절한 사수님과 파트 분들 덕분에 무사히 잘 끝마쳤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젝트를 설명하라는 전환 발표에서 저는 제가 학교에서 했던 프로젝트를 잘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때까지 해봤던 프로젝트라고는 간단한 아두이노 실습뿐이었고, 원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동작에만 급급한 채로 진행했었거든요.
 
 탈락을 직감했고 실제로 탈락하고 돌아왔지만, 오히려 제가 해야 되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던 것은 컴퓨터공학이 아닌 소프트웨어공학이었고 (학교의 전공이 따로 나뉘었지만 변경이 불가했습니다), 저는 소공과 교수님들을 직접 찾아뵈며 타과전공으로 소프트웨어공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시켜서 했던 실습이 아닌 캡스톤 프로젝트로 제가 만들고 싶은 사진정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겠다 싶어 학교 도서관 자치위원회에 연락해 도서관 사물함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실제로 사용까지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청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 가슴 졸이며 모니터링을 했던 때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른 활동들도 진행해보면 좋겠다 싶어 '멋쟁이 사자처럼'이라는 활동도 진행했었습니다. 아주 초창기라 지금의 활동과는 좀 다르고 공부했던 기술스택도 지금 사용하는 것과는 달라서 커리어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운영진도 해 보면서 리더십과 원활한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취준을 진행하며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가고 싶었던 단 하나의 회사에만 서류를 제출했으나, 시험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험과 함께 광탈 후, 부랴부랴 남은 공고를 챙겨 써 합격한 곳이 지금의 회사였습니다. 큰 회사였지만 입사했을 때는 덩치가 커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도전적인 과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애정이 식을 때쯤 좋은 쪽으로 큰 이벤트들을 던져줘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회사생활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의 삶은 끝이 보이지 않는 쳇바퀴 속에서 나태하게 살려면 끝없이 나태하게, 부지런하게 살려면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살 수 있는 위치인 것 같습니다. 부지런하게 살자! 라고 다짐한 지 얼마 안 돼서 또 나태해지는 자신을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나를 위해서 또 공수표를 던지곤 합니다. 뭐 어떱니까! 작심삼일도 3일에 한 번씩 다짐하면 끝없이 할 수 있을 거니까요. 아마 저는 매일은 너무 힘들지 하며 4~5일에 한 번씩 다짐하겠지만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살길 바라는 제가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